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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정보

참깨라면의 역사와 구성, 소비 트렌드

by 먹거리연구소장 2025. 5. 28.

참깨라면

참깨라면의 역사

참깨라면은 1986년 오뚜기에서 처음 선보인 라면으로, 당시 주류를 이루던 매운맛 중심의 라면들과는 다른 고소하고 부드러운 풍미를 앞세운 제품이다. 1980년대 중반은 한국 라면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돌입하던 시기로, 농심의 신라면(1986년 출시)처럼 강한 매운맛이 각광받던 시점이었다. 이런 와중에 등장한 참깨라면은 계란블럭과 참깨 스프라는 독특한 요소를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이 시도는 단순한 맛의 차별화를 넘어, 소비자에게 "부드럽고 순한 라면도 맛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실험이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라면은 기본 스프에 말린 채소나 고추 기름을 넣어 강한 자극을 추구했다. 반면 참깨라면은 라면 본연의 따뜻함과 고소함을 강조해, 자극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 특히 기존 라면에서 보기 드물었던 '계란블럭'이라는 신기술은 당시 업계에서도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블럭 속에 건조 계란이 담겨 있어, 뜨거운 물을 부으면 마치 직접 계란을 풀어 넣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요소로 평가받았다. 한국에서 처음 출시된 이후 참깨라면은 시간이 지나면서 국내뿐 아니라 일본 등 해외 수출 시장에서도 반응을 얻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한국 라면 특유의 매운맛을 선호하지 않는 외국 소비자들에게도 '부드럽고 고소한 라면'이라는 이미지로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이후에는 할랄 인증 라면 등 다양한 형태로 글로벌 시장에 맞춰 변형되기도 했다. 오뚜기의 꾸준한 리뉴얼과 품질 관리로 참깨라면은 단순한 일회성 제품이 아닌, 한국 라면 시장에서 오랜 시간 생존한 스테디셀러로 성장해왔다. 국내에서 참깨라면은 ‘아이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순한 라면’으로서 특히 가족 단위 소비자층에게 인기를 끌었다. 자극적인 맛을 기피하는 고령층이나 임산부, 어린이와 함께 식사를 하는 가족들에게 선택지로 떠오르며 “가족이 함께 먹는 라면”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점차 굳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 인식은 제품 출시 초기부터 지금까지도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으며, 참깨라면만의 고유한 위치를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구성과 종류

참깨라면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구성의 독창성이다. 일반적인 라면이 건조 면과 기본 스프, 그리고 후레이크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달리, 참깨라면은 건조 계란블럭과 참깨가 포함된 고명 스프가 함께 제공된다. 이 계란블럭은 단순한 건조 계란이 아니라, 실제 계란을 블렌딩하고 열처리하여 고형화시킨 후 급속 건조한 것으로, 뜨거운 물을 부으면 마치 갓 풀어낸 계란처럼 부드럽게 풀어진다. 이러한 구성은 라면을 ‘간편한 계란국’처럼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차별화된 식감을 제공한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참깨라면은 대표적으로 봉지라면과 컵라면 두 종류로 나뉘며, 봉지 제품은 가정에서 직접 조리하는 방식으로, 컵라면은 휴대성이 강조된 간편 제품이다. 특히 컵라면 버전의 경우, 1인 가구나 바쁜 직장인,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으며, 편의점에서 언제든지 구할 수 있는 접근성도 장점이다. 두 제품 모두 계란블럭이 포함되어 있지만, 구성품의 양이나 국물 맛의 깊이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봉지라면은 면발이 조금 더 탄력 있고, 국물도 더 진한 반면, 컵라면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빠른 조리를 위한 최적화가 돋보인다. 이 외에도 오뚜기는 건강 트렌드에 맞춰 참깨라면의 저나트륨 버전이나 라이트 제품 등을 간헐적으로 출시했다. 최근 몇 년간은 밀키트 형태의 조리용 라면 세트나, 간편하게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전용 용기형 제품도 시범 출시하며, 제품군 확장을 꾀하고 있다. 또한 해외 수출용으로는 라면 특유의 고소한 맛을 살리면서도 지역의 종교적, 문화적 기준에 맞춘 할랄 인증 제품도 함께 제작되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권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처럼 다양한 포맷의 참깨라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이에게는 퇴근 후 간편한 야식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속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라면계의 죽’ 같은 존재로 기능하는 것이다. 참깨라면은 구성부터 풍미까지, 여타 라면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차별화된 맛을 추구하며, 라면의 경계 자체를 넓힌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소비 트렌드

참깨라면은 2020년대 들어서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을 중시하는 식문화 트렌드가 급부상하면서, 과도한 자극 대신 순하고 고소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오뚜기 관계자에 따르면, 팬데믹 시기 동안 참깨라면의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했으며, 특히 여성 소비자와 40대 이상 중장년층, 그리고 자녀가 있는 가족 단위에서의 선호도가 높았다고 한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참깨라면은 연간 약 5천만 개 이상이 판매되며, 오뚜기 라면 전체 매출의 약 1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라면 시장의 트렌드는 점점 다변화되고 있다. 한때 신라면을 중심으로 한 매운맛 중심의 제품들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현재는 매운맛, 부드러운 맛, 채식 기반 제품, 그리고 기능성 라면 등으로 소비자 선호가 넓어지고 있다. 참깨라면은 이 가운데서 ‘편안한 맛’, ‘가족을 위한 라면’, ‘속에 부담 없는 국물 라면’이라는 카테고리로 자신만의 영역을 공고히 하며 재조명되고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SNS 및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한 2차 소비 콘텐츠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계란 추가 없이도 고소한 맛 완성!”, “아이와 함께 먹는 부드러운 라면 레시피” 등 참깨라면을 활용한 요리 영상이나 후기 콘텐츠가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으며, 이는 다시금 브랜드 재인식에 기여하고 있다. 오뚜기 역시 이에 발맞춰 소비자 참여형 레시피 공모전, 캐릭터 컬래버레이션 상품, 계란블럭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등을 선보이며 브랜드를 현대화하고 있다. 참깨라면은 이제 단순한 한 종류의 라면이 아니라, 라면 시장에서 '편안한 맛'이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대표하는 제품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건강, 가족, 그리고 감성이라는 키워드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향후 라면 시장에서 기능성 제품이나 저자극 식품의 수요가 더욱 증가할수록 참깨라면의 존재감도 함께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는 단순히 계란블럭을 넘어 영양밸런스를 고려한 프리미엄 버전이나, 글루텐 프리/비건 제품군으로 확장하는 방향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