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홍동 비빔면의 등장, 제품군과 시장현황

배홍동 비빔면의 등장

비빔면 시장은 여름 한철 불티나게 팔리는 계절 제품이자, 동시에 한국 라면 시장의 ‘틈새 강자’다. 하지만 대부분의 비빔면이 비슷한 맛과 스타일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시장에서 차별화된 브랜드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20년, 농심에서 새롭게 선보인 ‘배홍동 비빔면’은 이름부터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배'는 배즙의 달콤함, '홍'은 고추장의 매콤함, '동'은 동치미의 시원함을 의미하며, 그 자체로 제품의 맛을 설명하는 이름이 되었다. 이 세 가지의 조합은 단순히 매운맛이나 새콤함에 의존하지 않고, 감칠맛과 깊이 있는 풍미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비빔면 업계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다. 농심은 이 제품을 기획하면서 단순히 ‘또 하나의 비빔면’을 만들고자 한 것이 아니라, 사계절 즐길 수 있는 비빔면을 지향했다. 기존 제품들이 냉비빔면의 영역에 갇혀 있었다면, 배홍동은 사시사철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비빔 양념 플랫폼’이 되고자 했다. 실제 양념장에는 배와 사과, 무, 마늘, 고추, 식초, 설탕, 소금 등 총 10가지 이상의 재료가 조화롭게 들어간다. 면 역시 냉수에 헹구어도 쉽게 풀리지 않는 탱탱한 식감을 살렸으며, 양념이 고르게 배도록 표면을 거칠게 가공하는 기술이 적용되었다. 이 제품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여름 출시되었고, ‘집밥’과 ‘간편식’에 대한 수요가 극대화된 덕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SNS와 유튜브에서 다양한 먹방 콘텐츠로 확산되며, 단기간에 ‘비빔면 입문자’는 물론 기존 비빔면 마니아층까지 흡수하게 된다. 이후 농심은 배홍동 브랜드를 단순한 제품명에서 브랜드화 전략으로 확장해 나가게 된다.

제품군 확장

배홍동 비빔면은 단일 품목으로 시작했지만, 농심은 이를 하나의 브랜드로 확장하며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은 기본 봉지형 배홍동 비빔면이다. 여름철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기본형으로, 조리 후 찬물에 헹궈 먹는 방식을 권장하며, 일반적인 비빔면 대비 약간 더 넉넉한 양념장이 제공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양념장은 감칠맛이 강하고 농도가 높아 면과의 밀착력이 뛰어나다. 이후 등장한 제품은 컵라면 형태의 ‘배홍동 컵비빔면’이다. 뜨거운 물을 붓고 몇 분간 익힌 뒤 물을 따라버리고 양념을 비비는 간편형 구조로, 직장인과 1인 가구에게 특히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2022년 여름 한정판으로 출시된 ‘배홍동 쿨비빔면’은 동치미의 시원한 맛을 강화하고, 더 가볍고 산뜻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변주 버전이었다. 또한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깻잎 배홍동’ 같은 파생 제품도 시험적으로 유통된 바 있다. 이처럼 배홍동은 단순히 하나의 제품이 아닌, 농심의 프리미엄 비빔면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에 따르면, 향후 ‘배홍동’ 브랜드는 라면 외에도 냉동볶음밥, 비빔소스, 만두 등 다양한 HMR 제품군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는 배홍동 양념의 범용성과 소비자 충성도에 기반한 전략으로, 농심이 배홍동을 하나의 플랫폼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시장 현황

배홍동 비빔면은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돌파하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21년 기준, 농심은 비빔면 시장에서 2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팔도의 오리지널 비빔면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특히 MZ세대를 겨냥한 바이럴 마케팅과 트렌디한 광고 전략이 이 같은 성공의 기반이 되었다. 예를 들어, 농심은 유튜브와 SNS에 ‘배홍동 플레이리스트’라는 이름으로 브랜드 테마송을 제작하여 소비자와의 감성적 연결을 시도했다. 실제로 이 콘텐츠는 수백만 뷰를 기록하며 배홍동의 브랜드 인지도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비빔면 시장 자체도 단순한 계절성 소비재에서 사계절 간편식 카테고리로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집밥 수요’와 ‘혼밥 문화’는 비빔면처럼 빠르고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찾게 만든다. 이에 따라 농심은 배홍동을 여름 한정 라면이 아닌, 사계절 라면으로 브랜딩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매운맛을 좋아하면서도 동치미의 시원함과 배의 단맛으로 중화된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는 중독성 있는 맛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4년부터는 글로벌 수출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K-푸드의 비빔면 버전으로 배홍동이 소개되고 있으며, 현지인 입맛에 맞춘 마일드 버전도 출시가 준비되고 있다. 농심은 이를 위해 해외 전용 배홍동의 양념장 배합 비율을 조절하며, 현지 식문화와 조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확장 흐름은 배홍동이 단순한 유행 제품이 아닌,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를 가진 제품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