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식품정보

[양은 줄고 가격은 그대로?] 슈링크플레이션 숫자 읽는 법

by 먹거리연구소장 2025. 5. 18.
반응형

슈링크플레이션

📉 무심코 지나친 20g, 소비자는 눈치챘을까?

마트에서 늘 사던 과자가 어느 날 똑같은 가격인데 양이 줄어든 걸 눈치챈 적 있으신가요? 포장지 모양도 그대로, 디자인도 동일하지만 내용량이 20~30g 줄어든 제품이 요즘 부쩍 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입니다.

가격은 그대로지만 중량이나 개수가 줄어드는 소비자 기만 전략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식품업계 전반에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변화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단지 양이 줄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숫자가 눈에 잘 띄지 않도록 표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식품 포장지에서 어디서, 어떻게 숫자가 줄어들고 숨겨지는지, 그리고 이를 소비자가 스스로 감지하고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 시대, 숫자를 제대로 읽는 것이 소비자를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1. 슈링크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

요즘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가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입니다. 이 단어는 ‘수축(shrink)’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이지만 용량이나 수량은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의 반발이 크기 때문에, 가격을 유지한 채 제품의 구성이나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인상 효과를 유도하는 전략입니다.

이러한 슈링크플레이션은 식품 포장지의 ‘숫자’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소비자는 보통 가격을 먼저 보고 양을 나중에 확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총내용량, 낱개 수량, 단위당 g 수가 줄었는지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조사는 포장 크기나 디자인은 유지하면서, 내부 용량을 조정하거나 구성 수를 1~2개 줄이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 220g이던 과자가 어느 순간 200g으로 줄었지만 가격은 동일하거나 오히려 할인폭이 줄어든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5개입’ 제품이 ‘4개입’으로 바뀌었음에도, 포장지 디자인이나 위치가 같아 소비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2. 표시된 숫자, 어디에 줄었는지 찾아보자

슈링크플레이션의 핵심은 ‘얼마나 줄었는지를 숨기기 위해, 소비자가 인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표시를 바꾼다’는 점입니다. 식품 포장지에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슈링크플레이션이 구현됩니다:

  • 총내용량 숫자 축소: 500g → 450g, 220g → 200g 등 수십 g 단위로 감량
  • 낱개 수량 감소: ‘5개입’ → ‘4개입’, ‘12개입’ → ‘10개입’
  • 단위무게 축소: ‘30g × 5개’ → ‘27g × 5개’ 등 개당 양 조정
  • 기준 단위 변경: 100g당 가격 표기를 변경하거나 생략

또한 중량 변화는 있지만 포장 크기나 부피는 동일하게 유지해 시각적인 변화가 감춰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즉, 똑같아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양이 줄어드는 것이죠. 이로 인해 단위당 가격이 오르게 되고, 실질적인 소비자 부담이 커집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스낵류, 시리얼, 컵라면, 치즈, 유가공품, 과일음료 등이 있으며, 특히 한정판이나 리뉴얼 제품에서 이런 변화가 많이 발생합니다. 소비자가 슈링크플레이션을 눈치채지 못하고 ‘가격은 그대로니까 괜찮겠지’라는 착각에 빠지기 쉬운 이유입니다.


3.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실천 팁

법적으로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따른 내용량 감량에 대해 별도의 고지 의무가 명확하지 않지만, 제품 외관과 용량이 동일한 디자인에서 중량만 줄어든 경우에는 소비자 오인 소지가 크기 때문에 표시광고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소비자단체는 '중량 변경 시 전면 고지 또는 리뉴얼 안내' 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정거래위원회도 관련 지침 개정을 검토 중입니다.

해외에서는 미국, 일본, EU 등에서 소비자 자율감시 시스템(Shrinkflation Watch)이 운영되며, 민간 및 언론을 통해 감량 제품 정보를 적극 공유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전량 대비 변경 퍼센트를 표기하는 자율적 투명경영을 시도하고 있어 국내 소비자 정책에도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과거 제품과의 중량 비교하기: 최근 구매한 제품과 이전 제품의 총 g 수를 비교해보세요. 리뉴얼된 제품일수록 변경 가능성이 큽니다.

단위당 가격 확인하기: 100g당 또는 1개당 가격이 얼마인지 계산해보면, 감량이 가격 인상 효과로 이어졌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는 단위가격 표시가 의무입니다.

포장지 앞면 말고 뒷면 확인하기: 전면에는 개수나 총량이 생략되어 있을 수 있으니, 영양정보 옆 혹은 성분표기 옆의 ‘총량(g)’ 숫자를 꼭 확인하세요.

SNS 소비자 후기를 참고하기: ‘용량이 줄었다’는 소비자 제보가 올라오는 커뮤니티, 리뷰, 블로그도 훌륭한 감시 도구입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서, 소비자의 신뢰와 선택권에 영향을 미치는 숫자 조작의 일종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가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정확히 비교할 수 있는 정보 구조이며, 표시 숫자 자체가 소비자의 권리이자 방어 수단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소비 판단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 참고자료 및 출처

  • 한국소비자원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실태조사’ (2023)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표시기준 고시
  • 식품의약품안전처 소비자정책국 식품표시광고정책과 발표자료 (2024.8.9)
  • ThinkFood 기사: “내용량 줄고 가격은 그대로, 식품업계 슈링크플레이션 논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