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에 빠질 수 없는 조미료, 간장.
간단히 짜고 감칠맛 나는 검은 액체로 여겨질 수 있지만,
실제로 간장은 제조 방식에 따라 분류되고,
그 맛과 성분, 영양, 심지어 안전성까지 달라집니다.
마트에서 마주치는 간장만 해도
'한식간장', '양조간장', '산분해간장', '혼합간장' 등
다양한 이름으로 판매되며,
각각의 기준과 특징을 알지 못하면
구매 시 혼란을 겪기 쉽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간장의 정체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1. 한식간장
전통 장류의 대표
한식간장은 메주를 주원료로 하여
식염수와 함께 장기간 발효·숙성시킨 후
여액만을 걸러내 만든 간장입니다.
된장과 함께 장독대에서 발효되는 방식이며,
'국간장'이라고도 불리죠.
맛은 짜고 색은 옅으며, 국물요리에 주로 쓰입니다.
전통 방식으로 제조되기 때문에 단백질 분해물,
아미노산 조성, 자연 발효균에 따라
품질의 다양성이 큽니다.
국내에서는 전통식품 인증을 받은 제품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으며, 가격도 높은 편입니다.
2. 양조간장
발효지만 현대적인 방식
양조간장은 대두 또는 탈지대두, 곡류 등에
누룩균을 배양한 뒤 식염수와
함께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한식간장에 비해 산업화된 방식이며,
발효 시간은 짧지만 효소나 종균을 사용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국내 시판 간장 중
양조간장(또는 양조간장 함유 혼합간장)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유형으로, 볶음이나
조림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됩니다.
3. 산분해간장
발효 아닌 화학 분해의 결과물
산분해간장은 단백질 함유 원료(주로 탈지대두)를
염산 등 산으로 가수분해해 아미노산을
빠르게 얻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발효가 아닌 화학 반응에 의해 생성된
이 간장은 제조 기간이 짧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온·고압 조건에서 발암 가능성이 있는
3-MCPD(3-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가
생성될 수 있어 안전성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산분해간장 및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혼합간장의 3-MCPD 함유량을 0.02 mg/kg 이하로
규제하고 있으며, 시판 제품 대부분은
이 기준을 만족하고 있다는
식약처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이, 노약자 등 민감한 계층이
섭취하는 식품이라면 가능한 산분해간장보다는
양조간장 또는 한식간장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4. 혼합간장
이름 그대로 섞은 간장
혼합간장은 말 그대로 산분해간장에
양조간장이나 한식간장을 혼합해 만든 간장입니다.
산분해간장의 감칠맛과 양조간장의
향미를 동시에 얻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원료의 대부분이 산분해간장인 경우가 많아
품질에 따라 소비자 신뢰도가 갈리는 제품군입니다.
일부 제품은 발효 원액을 극히 소량만 넣고도
'양조간장 함유' 또는 '혼합간장'이라 표기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산분해간장 중심임에도
발효간장으로 오인되기 쉬운 구조입니다.
이러한 오해를 막기 위해서는 주표시면뿐 아니라
원재료명에서 '산분해간장', '양조간장', '한식간장'의
비율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유아식이나 건강식에 사용하고자 할 경우,
발효간장의 사용 여부와 3-MCPD 저감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5. 소비자를 위한 간장 선택법
- '양조간장'이라는 문구가 앞에 있더라도
뒷면 원재료에 산분해간장이
첫 번째로 써 있다면
사실상 산분해 중심의 혼합간장일 수 있음 - '한식간장'은 국간장으로,
전통장류를 강조하며 색이 옅고
짠맛이 강해 국물용으로 적합 - 어린이, 임산부 등은
'3-MCPD 저감 또는 미검출' 문구가 있는 제품 확인 - 식품첨가물과 감미료 유무도 함께 살펴볼 것
소비자 입장에서 간장의 선택은
단지 맛의 문제가 아닙니다.
성분, 제조 방식, 안전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 밥상에 맞는 간장'을
고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간장이 단순한 조미료가 아닌,
건강과 직결될 수 있는 식품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참고자료 및 출처
식품공전
식품등의 표시기준 고시 전문 (고시 제2024-41호)
- [별표1] 표시사항별 세부기준
- [별표5] 1일 영양성분 기준치
- [별표4] 영양표시 대상 식품
식품의약품안전처 3-MCPD 관련 고시
국민건강통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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