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에서 장(醬)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닙니다.
집집마다 다른 장맛이 존재하는 이유도,
바로 그 시작점이 되는 '메주'의 차이 때문입니다.
많은 소비자들은 장을 고를 때
어떤 메주로 만들어졌는지까지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메주의 종류에 따라
된장, 간장의 맛과 영양 성분,
그리고 안전성까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전통 방식의 한식메주 외에도
산업적 효율성을 고려한 개량메주가
대량 유통되고 있어, 두 가지 메주에 대한 이해는
소비자 선택에 큰 도움이 됩니다.
1. 한식메주란 무엇인가요?
한식메주는 옛 방식 그대로 대두를 삶아 찧고,
성형한 뒤 볏짚 위에서 자연 그대로의 미생물에
노출시켜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은 대개 겨울철에 시작해
약 2~3개월간 진행되며,
이후 건조와 숙성을 거칩니다.
전통메주의 발효는 공기 중의 고초균,
낙엽 속 미생물, 볏짚의 바실루스균 등
자연에서 유래한 다양한 미생물에 의존합니다.
이로 인해 한식메주는 발효균이
다채롭고 복합적인 맛을 내며,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는 정도도
깊고 풍부합니다.
자연 발효의 특성상 품질이 일정치 않다는
단점은 있지만, 맛과 향의 깊이에서는
여전히 최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 개량메주의 특징은?
개량메주는 전통적인 방법을 일정 부분 계승하되,
현대적인 제조 설비와 위생적인 환경,
그리고 표준화된 종균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두를 삶은 후 곰팡이균(아스퍼질루스 오리제 등)이나
누룩균을 주입하여 단시간 내에 균일하게 발효시킵니다.
산업적으로는 생산 효율성과 위생적 안정성에서
큰 장점이 있으며, 장맛의 균일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통메주에 비해 발효의
다양성과 풍미는 다소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3. 시장에서의 사용 현황
시장에서는 개량메주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대부분의 시판 간장과 된장은 개량메주로부터
유래된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일부 장류 전문 브랜드나
전통식품 인증을 받은 제품들은
한식메주를 사용하고 있으며,
원재료명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시기준상 메주의 종류까지
반드시 명시해야 하는 규정은 없지만,
소비자 신뢰 확보 차원에서 일부 업체는
이를 상세히 표기하고 있습니다.
4. 숙성과 제조환경의 차이
전통한식메주는 일반적으로 장독대에서의
숙성과 함께 쓰이며, 햇볕과 바람을 맞으며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만큼,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반면 개량메주는 실내 발효실에서
관리되므로 연중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쉽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장류를 고를 때 '장맛'만이 아니라
제조 방식과 메주의 출처까지 고려해야 할 이유가 되며,
식약처 고시 자료에 따르면 혼합장 제조 시에도
메주의 종류에 따라 식품유형이 구분될 수 있습니다.
5. 소비자를 위한 체크포인트
소비자 입장에서 메주의 종류를 구별하려면,
첫째, 제품의 원재료명 표기에서
'한식메주', '개량메주', 혹은 '메주'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전통식품 인증마크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셋째, '국산콩 100%'라는 표시만으로는
전통방식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메주 자체의 제조 방식까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류 시장의 현대화 속에서,
우리는 더 빠르고 안전한 생산 방식을
택하면서도 전통 장맛에 대한 그리움을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한식메주와 개량메주, 둘 다 각자의 장점이 있으며,
결국 소비자가 어떤 가치를 우선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건강을 위한 발효식품으로서의
장류를 선택할 때, 메주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출발점이 아닐까요?
참고자료 및 출처
식품공전
식품등의 표시기준 고시 전문 (고시 제2024-41호)
- [별표1] 표시사항별 세부표시기준
- [별표3] 식품등의 표시방법
- [별표4] 영양표시 대상 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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