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기름
마트에서 집어든 과자, 초콜릿, 라면, 냉동식품…
한 번쯤 뒷면 표시를 들여다보면
낯익은 단어를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팜유".
너무 흔해서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던
이 기름은 사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식물성 유지입니다.
값싸고 튼튼하며, 오래 보관해도
맛이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편리함 뒤에는 복잡한
그림자가 존재합니다.
건강에 대한 논란, 환경 파괴 문제, 그리고 지속 가능성.
이번 글에서는 팜유의 양면성에
대해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1. 팜유는 어떤 기름일까?
팜유는 기름야자라는 열대 식물의
과육에서 추출한 기름입니다.
씨앗에서 짜낸 것은 팜핵유라고
따로 구분되기도 하죠.
실온에서는 굳은 상태로 존재하며,
이 특성 덕분에 과자나 아이스크림처럼
고체 지방이 필요한 가공식품에 널리 사용됩니다.
주요 생산국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두 나라가 세계 생산량의 85%를 차지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에서는 중요한 수출 산업이기도 합니다.
생산량 대비 단가가 낮고, 식품 제조공정에서도
유용해 전 세계 가공식품 업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죠.
2.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 사실일까?
팜유가 비판받는 이유 중 하나는
포화지방 함량입니다.
전체 지방의 절반 이상이 포화지방인데,
이 성분은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WHO와 식약처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1일 포화지방 섭취는 전체 열량의 10% 미만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 권고입니다.
물론 팜유는 트랜스지방이 거의 없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식단 속 '숨은 팜유'의 존재.
튀김, 스낵, 마가린, 커피크리머, 베이커리류 등
다양한 식품에 팜유가 쓰이고 있어 의식하지
않으면 포화지방을 무의식적으로 과잉 섭취할 수 있습니다.
3. 환경 파괴의 중심에 선 팜유 산업
건강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팜유는 오히려 환경 이슈에서
더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기름야자 농장을 만들기 위해
대규모 열대우림이 불에 타고,
이는 오랑우탄 같은 멸종 위기 동물의
서식지를 앗아가며,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됩니다.
일부 농장은 불법 방화로 밀림을 제거하고 있으며,
토양 황폐화, 수질 오염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그 결과, 팜유는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4. 팜유를 둘러싼 변화와 대안
다행히도 이 문제를 인식한 글로벌 기업과
소비자들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팜유 생산 과정에서 환경과 노동 기준을
지킨 제품에 부여되는 RSPO 인증(지속가능한 팜유 인증)이
확대되고 있으며, 식품 포장지에 이 마크가
붙은 제품들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카놀라유, 해바라기유, 포도씨유, 아보카도유 같은
대체 식물성 기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고,
기업들도 ESG 경영의 일환으로 팜유 사용을 줄이거나
친환경 인증 제품만 쓰겠다고 선언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5.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선택
팜유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조금 더 나은 팜유 소비는 가능합니다.
원재료명에 '팜유', '팜올레인유', '팜핵유' 등의
표기가 있는지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RSPO 인증 마크가 있는 제품을 선택하세요.
또한 튀김, 베이커리, 스낵 등 팜유 비율이
높은 가공식품 섭취 빈도를 줄이고,
식물성 기름 중에서도 오메가-3가 풍부하거나
발연점이 낮은 기름(들기름,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등)과
균형 있게 조리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팜유는 전 세계 식량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다면,
싸고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심하게
선택해선 안 되는 기름입니다.
소비자의 선택이 바뀌면, 산업도 변합니다.
이제는 조금 더 ‘알고 고르는’
기름 소비가 필요한 때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전통 기름인
참기름과 들기름의 차이와 활용법을 비교해볼게요.
📌 참고자료 및 출처
WHO 『Diet, Nutrition and the Prevention of Chronic Diseases』
질병관리청 『2023 국민건강통계』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등의 표시기준 고시』
RSPO 공식 홈페이지 (https://rsp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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